안녕하세요. 올라라올랏입니다.
오늘은 구리시에 대형마트가 하나도 없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롯데마트가 임대 계약 만료에도 공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중소형 마트인 엘마트에 운영권을 넘겨주게 되었는데요. 관내 유일한 대형마트가 문 닫으면서 소비자 불편은 물론 구리점을 거점삼아 온라인 배송을 강화하던 롯데의 사업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롯데마트 구리점, 21년 3월 31일, 22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경기도 구리에는 전국 롯데마트 중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의 매출을 보이는 롯데마트가 있었습니다.
한때 롯데마트 점포 중 전국 3위의 매출 규모를 자랑했으며 폐점 직전까지도 10위권 매장이었던 구리점은 구리시와의 새로운 임대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구리시에서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중소형 마트인 엘마트가 새롭게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롯데마트가 수익이 나오지 않는 매장을 폐점하는 것은 지난 1년간 계속 진행 중인 일입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구리점의 폐점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알고 보면 이번 폐점은 롯데마트의 방침과는 상관없이 일어난 돌발적 사건이라고 세간의 소문이 있습니다.
롯데마트는 구리점을 폐점할 생각도, 엘마트에게 빼앗길 것이라는 예상도 전혀 하지 못했었는데요. 임대료를 낮추겠다는 목표와 입찰시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는 방심이 겹쳐 일어난 사고에 가깝습니다.
롯데마트 구리점의 입찰부터 폐점까지의 과정
22년간 구리시 독점 대형마트로 영광의 시대가 어이없게 끝맺었습니다. 임대료 두고 시와 마찰이 있었기 때문인데 시간 순으로 재구성해보았습니다. 롯데마트는 구리시 소유 구리유통종합시장 부지에 1999년부터 20년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해 2019년까지 구리점을 운영해왔습니다.
한때 전국 3위 매장 경기 동부권 대표 점포로 상징성 커
롯데마트 구리점은 인접한 롯데아울렛, 롯데하이마트, 롯데백화점과 함께 롯데타운을 형성해 구리시를 롯데의 도시로 불리게 하는 핵심 매장이자, 경기 동부권을 대표하는 대형 매장으로 영광을 누렸습니다. 이 정도의 매출을 올릴수 있는 이유는 구리에는 대형마트가 이 곳 하나뿐이라 롯데마트가 처음 90년후반 부터 구리를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롯데마트 측은 롯데마트 주변에 하이마트, 초대형 토이져러스, 롯데아울렛 등 서울 잠실의 잠실동처럼 구리시를 '롯데시'로 만들기 위해 공을 상당히 들여왔습니다.
2019년 20년 계약이 만료되자 2년간의 재임대를 거쳐 올해 1월까지 운영하고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는데요.
구리시와 롯데마트 측은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자 논의를 진행했지만, 구리시가 제시한 연 임대료 약 47억원을 두고 입장 차를 줄이지 못했습니다. 19년에 건물임대 계약이 만료 되고 2년을 재임대 한 후에 올해 초 구리시가 롯데마트측에 임대료를 올려달라 요구하였는데요. 기존 임대료의 약 2배 이상정도로 책정했다고 합니다. 2019년 재임대 당시 연 임대료 약 20.9억원(본관 기준)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라간 금액이었습니다. 롯데마트는 난색을 표시했고 결국 구리시는 경쟁입찰을 통해 임대사업자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연 임대료 47억원부터 시작된 입찰은 4차례 유찰될 때까지 입찰 참가자가 없었는데요. 5차 입찰에서는 33억원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마트는 당연히 2배의 임대료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구리시는 그럼 이 건물의 임대를 공개 입찰로 전환하겠다 전했습니다. 그래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4번의 유찰이 거듭되었고 롯데마트는 이 건물 임대를 기존보다 더욱 낮은 가격에 임대료를 획득할 수 있겠다며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롯데마트는 자사를 제외하고는 입찰에 들어올 사업자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번에도 유찰이 되면 20억원 대의 합리적 임대료로 계약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두 배 이상 오른 임대료에 유찰 유도... 5차에서 엘마트에 뺏겨
그리고 시작된 5번째 입찰에서 난데없이 중소형 마트 업체인 L마트가 "단독 응찰"하고 낙찰이 성사되었습니다.
수도권 서남부를 중심으로 중소형 마트를 운영하던 엘마트가 단독 응찰해 약 33억원에 낙찰을 받은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롯데마트는 물론 구리시도 당황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시 당국은 지역 출신 직원의 고용 승계와 지역 전통시장과의 상생협약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정식 계약까지 이행할 조건이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엘마트는 20만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독점적 사업자 위치를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본사를 구리시로 이전하는 등 구리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유통업체로서 거듭나겠다는 뜻을 천명하고 제반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이제 롯데마트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3월이 되자 롯데마트는 3월 31일 영업을 종료한다는 현수막을 매장 안에 걸었습니다. 구리시민들도 설마 했던 롯데마트의 폐점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난리난 롯데마트, 그리고 한순간에 유일한 대형마트를 잃게된 구리시도 난감하게 되었는데요. 임대료 올려받을 생각은 있었지만 롯데마트가 폐점은 양측 다 생각도 못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구리시는 L마트쪽에 온갖 까다로운 계약조건을 제시하며 이래도 계약 할꺼야? 했지만... L마트는 본사까지 구리로 이전하며 구리시를 기반으로 지역 최대의 유통업체가 되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기에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현실로 다가온 폐점...
3월 말 폐점을 며칠 앞둔 주말 롯데마트 구리점은 여전히 시민들로 붐볐습니다. 고기류 등 신선식품들의 파격 할인이 이어졌는데요. 매장 직원들은 폐점일인 3월 31일까지 할인하지만 언제 제품이 매진될지 모른다며 빠른 구매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한 직원은 "구리점이 폐점하면 자신은 다른 지점으로 발령될 것"이라면서도 "아직 어디로 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폐점을 3일 앞둔 저녁의 일이었습니다.
이로써 3월 31일 롯데마트가 폐점하며 구리시는 대형마트가 하나도 없는 수도권 도시가 되었습니다.
구리시민들은 롯데마트가 문을 닫으면 대형마트가 하나도 없는 도시가 된다며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하는데요. 어떤 시민은 롯데마트를 비난하고 또 다른 시민은 구리시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4월 첫 주말 폐점한 상태에서 다시 찾은 구 롯데마트 구리점 문은 의외로 열려있었습니다. 달라진 점은 출입문 앞에 크게 걸려있는 영업종료 안내문과 환불을 위해 고객센터가 열려있다는 고지였습니다. 한 시민은 폐점 소식을 몰랐는지 출입문 앞에서 당황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롯데쇼핑에서는 입찰 전략의 미스를 인정하였으며 담당자 징계 여부는 확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하였습니다.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구리점 폐점이 계획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전했습니다. 임대료를 두고 구리시와 간극이 컸으며 엘마트의 입찰 참가를 예상하지 못한 유찰 전략의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롯데점 폐점을 두고 해당 부서의 분위기도 좋지 않음 역시 시인했구요.
"수익성 악화로 포기한 것 아냐" 입찰 담당자 징계 소문도
업계에서는 롯데마트 구리점 입찰 실패 때문에 해당 실무자가 징계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요. 롯데쇼핑 측은 이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확인 불가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수익성 강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실무자가 높은 임대료에 입찰 참가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22년간 운영한 자리에 다른 입찰 참가자가 나타나리라고 예상하기도 어렵지 않았겠나”며 “돌발 변수가 겹쳐 일어난 사고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롯데마트 구리점의 폐점에 대한 나의 생각
하나의 교훈을 얻은 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간을 보며 시간을 끄는 것이 꼭 현명한 선택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롯데마트의 "구리시=롯데시" 작전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으며 그에 대한 혜택은 L마트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하는 올라라올랏입니다.
롯데마트 입장에서는 매우 배아픈 일이겠지만 어쩌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보고자 밍기적댔다가 잘못된 것을...
주식이던 사랑이던 모두다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제때제때 잘 캐치해낸다면 롯데마트의 상황은 겪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올라라올랏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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